2008년 06월 23일
두 권의 책


내 생에 단 한번
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
고등학교때까진 음악도 책도 딱히 내 취향이란게 없었던 것 같다.
스스로 무엇이 좋다고 생각해보지도 못했던 것 같고, 책을 읽어도 음악을 들어도 영화를 봐도 베스트 셀러를 뒤적거리거나 가장 최근의 대중적인 것들을 접하는 정도, 아니면 주변 사람들이 보고 듣는 것들을 많이 접해왔던 것 같다.
수능을 보고 그런 나한테 어지간히 답답해 했던 것 같다. 책도 많이 읽고 영화도 많이 보고싶고 음악도 마음껏 듣고 싶었는데 막상 그러려니까 뭐지? 라고 생각하게 되는 느낌이었달까. 정말 나의 스무살의 목표는 나만의 색깔 찾기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도 난 꽤 특징적인 성격을 가진(?) 사람이었던 것 같긴 한데 나만 모르고 있었던것 같긴 하다. 나만의 색깔찾기라.. 음.. 한해하고도 한학기가 더 지난 지금은 원래 희미하던 색깔이 뭔지 대략 알게되어서 조금 더 진하게 한 느낌이랄까.
뭐 암튼 그렇다.
취향이란게 많이 생겨버린 지금은 (가끔은 까다로울정도로 -_-) 편하다. 책을 고르러 서점에 가서 베스트셀러 사이를 뒤적거리고 다니다가 한숨쉬며 책을 내려놓고 오기보단 아, 그책도 읽어보기로 했지라거나 아, 이건 별로일 것 같아 라는 생각을 하면서 고민하다가 한권을 골라서 돌아오게 된다.
응?
암튼 지금 여기다 꼭 적어놓고 싶었던 말은 이게 아닌데,,
올 봄에 학교에 작가 공지영씨가 강연을 온다는 광고를 보고 며칠 전부터 꼭 가야지! 라고 마음을 먹고 있었는데 그날 약화학실습이 늦게 끝나는 바람에 기대가 물거품으로 날아가버렸었다 ㅠ
사실 공지영에 대해서 알았던 거라고는 우행시와 봉순이 언니의 작가라는 정도? 아 그리고 냉정과 열정사이를 기대하면서 집어들었다 엄청나게 실망하고 만 사랑후의 오는것들이란 책의 작가?
그래도 아쉬운 마음에 집에 돌아와서 작가 공지영과 그가 쓴 책들을 찾아보았다. 그때 알게 된 책 두권이 즐거운 나의 집이라는 자기 이야기를 쓴 소설과 그 소설속에 그리고 실제의 딸에게 보내는 편지들로 이루어진 네가 어떤 삶을 살던 너를 응원할 것이다 라는 책이다.
다른 사람들이 그를 표현하듯 말한다면 그녀는 세번의 이혼과 성이 다른 세 자녀와 함께 살고 있다. 그가 많이 넘어지세요, 여러분 나이때 넘어져보셔야 해요 라고 젊은 사람들이 흔히 듣곤 하는 말을 하는 것이 책을 읽고 난 후부터는 마음에 와 닿기 시작했다. 두 권의 책을 읽으면서 거의 책장을 넘길때마다 울었던 것 같다. 아니 중간중간에 많이 웃기도 했다. 집에 어버이날 선물로 보내드렸더니 엄마도 똑같은 반응이어서 왠지 나만 감수성이 초예민한게 아니구나 하는 안도감?이 들었다.
올 봄 나를 구해준건 공지영의 책들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다. 솔직하고 자신을 내어놓은듯한 글을 읽으면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기 위해서는 솔직하게 진심을 보여주려고 노력하는게 중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쨋든 내 마음을 움직였다. 책을 읽기 전에 그 책을 읽을 생각이라고 친구에게 말하면서 그여자 참 대단해. 한번 그런 상처도 견디기 힘들텐데 세번씩이나 그러고 나면 희망이란게 생길까. 라는 말을 했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책을 읽고 그 여자였기 때문에 세번의 상처를 감수하고 다시 일어날 용기를 냈던 것이고 다른 사람들과 다르게 스스로 행복해지는 과정을 찾아가는 과정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세번의 이혼과 어떤 상처를 겪었다고 보여지는건 전부가 아닐것이다. 그 과정을 어떻게 지나왔고 지금 어떤 모습인지를 더 생각해야 할 일일것이다. 세번의 이혼을 한 모든 사람들이 같은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진 않을 것이다.
며칠 전에 복잡한 강남역 거리에서 너무 정신이 없어서ㅠ(신촌에 살면서 사람 많은곳엔 왜 적응하지 못하는지 ㅠ) 교보문고까진 너무 멀고 근처에 북스리브로에 피하듯 들어간 적이 있다. 별 생각없이 시원한 서점에 들어오자 금방 기분이 방긋해지면서 또 시험이 끝나면 읽어야지 했던 책들을 찾아다녀야지 생각했다. 그런데 묘하게도 그렇게 생각했던 책들은 안보이고 영 다른것들이 보이는거다. 수많은 화려한 책들을 집었다 놓았다 하면서 골라든 책은 묘하게도 수수하게 그 틈에 있는 장영희교수의 내 생에 단 한번 이라는 에세이집이었다.
솔직한 글이라는 소개글에 끌려서 또 막연한 기대를 한 것이지만 책장을 덮으면서 정말 또다시 좋은 책을 읽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서강대 영문과 교수이자 저명한 번역가이자 칼럼리스트인 작가가 자신을 드러내놓고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들을 차근차근 펼쳐놓는 모습에 아 정말 이런 말들을 해주려고 노력해줘서 고마워요, 라는 말을 하고 싶은 느낌이었다. 세상은 아름다운 곳이라거나 자신이 어떻게 성공해왔는지 아니면 세상은 어떻게 살아야 한다거나 성공한 여자가 되기 위해서 무었이 필요하고 어떤 덕목들이 필요한지 늘어놓지 않는다.(이건 그냥 나에게 있는 자기계발서에 대한 묘한 반감일지도 모르겠다 ;;) 나에게 이런 일들이 있었고, 그래서 무슨 생각들을 했습니다. 라고 말하는 한마디 한마디를 읽어내려가다보면 조금은 더 착해지고 긍정적으로 삶을 바라볼 수 있게 되는 것 같다. 또 다시 마음이 움직이고 만다.
책이나 영화를 보고나면 그 여운때문에 그 작가나 뒷이야기에 대해서 찾아보고마는 성격에 또 한참 장영희 교수가 어떤 사람인지 찾아보니 책이 쓰여지고 7,8년정도 지나는 사이에 그녀는 유방암과 척추암투병을 했다고 한다. 생각해보니 몇년전 암투병으로 서강대 교수가 개강을 하자 마자 그 학기 강의를 그만두어서 학생들이 안타까워 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기억도 났다. 이 책에서 드러난 그의 삶의 방식대로 첫번째 암을 이겨내고 두번째도 그렇게 이겨내려고 노력중이라는 것도 알게되었다.
그리고 미소가 정말 아름다웠다.
공지영씨와 장영희교수의 책들에는 나에게 영향을 미칠만한 공통점들이 몇가지 있다. 두사람 다 나의 엄마뻘되는 아줌마?라는 것, 그래서 젊은 사람들에게 한참 해주고 싶은 말들이 많단 것. 또 직업이 글을 쓰는 사람들이라 정말 많은 책을 읽었다는 것, 그리고 네가 어떤 삶을 살던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와 내 생에 단 한번 두권 모두에서 많은 문학작품들을 인용하고 소개하고 있단 것.
올 여름엔 두 글쓴이들이 소개하는 문학들을 한번씩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중고등학교때도 안읽었으니 지금 아니면 언제 한번 읽어볼까-
평소에 이렇게 적어놓는 것이 귀찮게만 느껴지다가도 좋은 책들을 읽어놓은걸 잃어버리기 싫어서라도 꼭 적어두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가끔 해봐야징ㅋㅋ
# by | 2008/06/23 12:01 | 기억하고픈이야기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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